별 중의 별이 모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조선백자 500년의 정수를 담은 국보와 보물 등 총 42점이 모여 밤하늘 은하수처럼 펼쳐졌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이 2004년 개관 이래 처음 여는 도자기 특별기획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이 오는 28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국가지정문화재 59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국보 10점, 보물 21점)과 일본에서 공수한 수준급 백자 34점을 모아 총 185점을 선보인다.
왕실 최고 명품부터 수수한 서민의 그릇까지 백자의 다양한 면모를 통해 조선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함께 살펴볼 기회다.
1부 '절정, 조선백자'가 열리는 기획전시실 블랙박스 공간에서는 당당한 형태와 화려한 그림으로 유명한 15세기 '청화백자 매죽문 호'(국보)부터 절제된 화려함이 돋보이는 '백자청화철재동채 초충난국문 병'(국보), 깨끗한 아름다움의 '백자 달항아리'(보물)까지 만난다.
가벽을 다 없애 명품 백자들이 한눈에 다 들어오게 했다.
이후 2~4부 전시는 청화백자, 철화·동화백자, 순백자로 나눠 재료와 시대별 변화의 양상을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조선백자는 경기도 광주에 관요를 설립해 왕실 주도로 생산했을 정도로 사대부의 정신세계를 품은 대표 문화유산이다.
특히 청화백자는 귀한 코발트 성분의 푸른 안료로 만들어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발현하는 대표 작품이다.
용(龍)이 그려진 항아리 중 가장 큰(높이 61.9㎝) 리움미술관 소장품 '백자청화 운룡문 호'도 볼 수 있다.
17세기 임진왜란으로 재료 수급이 힘들어지자 철이나 동 안료를 사용한 철화백자, 동화백자가 생산돼 중앙뿐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하는 양상도 볼 수 있다.
지방 생산품은 아이들 그림처럼 우스운 용이나 다리 달린 물고기 등 자유롭고 개성 강한 표현이 피카소 작품을 연상시킨다.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아름다운 문양 같은 외적 형식과 의식을 반영한 형태 같은 내적 본질이 잘 조화된 조선백자의 진정한 매력을 새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내 8개 기관과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등 일본 6개 기관이 협력했다.
특히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동양도자미술관은 300여 점으로 산산조각이 났던 것을 말끔하게 복원한 것으로 유명한 달항아리도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와 내부에 설치된 선명한 4K 영상을 통해 백자 무늬를 한 폭의 그림처럼 평면으로 펼쳐볼 수도 있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이며 사전 예매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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